이번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는 터키인들이 우리를 얼마나 형제국으로 생각하고 끔찍이 아끼는지를 알고 새삼 놀라게 되었다.
터키! 아시아의 서쪽 끝 소아시아(아나톨리아) 반도와 유럽 발칸 반도 일부에 걸쳐 아시아와 유럽의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는 면적 77만 9452㎢(한반도의 약 3.4배), 인구 약 6500만 명의 나라.
6.25전쟁당시 터키가 우리나라에 파병을 결정하고 지원병을 모집했을 때, 터키정부는 당초 5000여 명 정도를 파병하려했으나, 너도 나도 동쪽의 조그마한 나라 대한민국을 위해 지원병에 자원하는 바람에, 15000여 명이라는 미국에 이어 2번째로 많은 군대를 파병하였으며, 터키군은 그 어느 군대보다 용감히 대한민국을 위해 싸웠다.
솔직히 미국은 한민족 분단의 원인 제공자로서, 당시 소련과의 치열한 냉전구도 속에서 동북 아시아 지역에서의 자국의 이익을 위한 불가피한 싸움이었지만 터키는 순수한, 대한민국을 돕겠다는 일념 하나로 기꺼이 뜨거운 피를 흘렸던 것이다.
그 이후로도 터키인들은 우리를 항상 형제로서 생각했고, 88년 올림픽 개최가 우리나라로 결정되었을 때는 우리 형제국가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니 이 어찌 기쁜 일이 아니겠는가 하면서, 터키 전역이 그야말로 축제의 분위기로 열광했다는 것이다.
서울 올림픽에서 터키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엄청난 괴력의 "라임 술레이마노글루"가 역도에서 금메달을 따냄으로써, 터키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는데 이 또한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그러면 터키인은 왜 이리 우리에게 이렇게 형제라는 친근감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사실 터키인들이 지금은 유럽 근방에 위치해 서양인들과 긴 세월에 걸쳐 혼혈이 되면서 생김새는 우리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들은 우리와 피를 나눈 형제 민족이다.
고대 고조선, 열국 시대에는 우리민족의 한 일원을 구성했고, 고조선이 쇠퇴하고 따로 돌궐(여기서 투르크(터키)라는 명칭이 유래함) 제국으로 떨어져나간 후에도 중원의 여러 국가들과 상대하는 고구려와 연합하여 그들을 함께 물리치는 등, 우리 민족과는 진정 단 한번도(6.25 때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그때 한번은 싸운 셈인가?) 싸우거나 반목한 적이 없는 진정한 형제 동맹국인 것이다.
이후 돌궐은 동아시아를 떠나 중앙 아시아를 거쳐 지금의 서아시아 지역(중동)까지 이동해 나갔다.
이런 이유로 사실 투르크 민족만큼 넓은 지역에 분포하는 민족도 드물다.
터키 공화국에 살고있는 투르크족 약 6500만 명을 포함, 동아시아에서 중앙 아시아, 서아시아까지, 전 세계에 분포하는 투르크족은 1억여 명에 달한다.
최근 소련이 분열하면서 독립한 중앙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 공화국을 비롯, 중화인민 공화국(약칭 중국)의 자치주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위구르 공화국도 따지고 보면 투르크족이다.
같은 혈통인 만큼 터키인들의 풍습은 우리민족과 유사한 점(마늘을 잘 먹는다, 씨름을 한다 등등)이 한두 가지가 아니고, 언어도 같은 우랄알타이어 계통으로 유사한 단어도 많고 특히 문장의 배열, 여러가지 수사 등의 사용의 일치점은 투르크 민족이 우리와 형제라는 것을 입증하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터키인들은 이런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를 형제라고 부르고 우리를 위해 피를 흘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은 것이고, 우리는 왜곡된 역사 교육 속에 이런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이번 월드컵에서 터키인의 우리에 대한 애정에 새삼 놀란 것이다.
우리로서는 부끄럽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터키에서는 대한민국이라고 하면 누구나가 당연히 형제 국가라고 하며, 6.25전쟁 때 참전한 참전 용사들은 자손의 이름에 반드시 한국을 뜻하는 "코렐리(Koreli)"라는 말을 넣는다.
안 그래도 터키인들은 평소에 우리를 형제국으로서 아끼는데, 이번에 월드컵에서 보여준 우리의 터키 응원에 감복, 요즘은 한국인이라면 무조건 악수를 청하고, 음식값을 안 받고, 호텔비, 골프비 등 각종 위락요금을 감면해준다고 한다.
이 어찌 눈물나는 형제의 사랑이 아니겠는가?
터키는 지금은, 1차 세계 대전 때 패전하고 영토나 그 영향력이 상당히 많이 위축되었지만, 세계사적으로 매우 강대한 제국의 역사를 자랑하는 민족이다.
우리가 세계사 시간에 배우고 또 배운, 전 유럽이 단합하여 "십자군"이란 이름으로 200여 년에 걸쳐 8번의 전쟁을 펼치고도 결국 이기지 못한 그 상대가 바로 터키인들이 세운 "셀주크 투르크" 제국이었다.
셀주크 투르크제국은 AD 990년에 발흥하여 아나톨 셀주크가 14세기 초에 몽골에 멸망하기까지 존속하면서 동로마제국을 정벌하여 지금의 소아시아 반도 지역을 완전히 투르크의 영역에 편입했고, 서아시아, 중앙 아시아, 유럽의 발칸 반도에 이르기까지 영향력을 미치며 광대한 영토를 지배했던 대제국이었다.
이후에 13세기 말, 정확히 1281년에 다시 투르크인들의 찬란한 영광을 재현한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등장한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은 최전성기인 16세기에는 그 영토가 아시아에서는 서아시아(즉 중동) 대부분을 차지했고, 아프리카에서는 북아프리카의 대부분을 비롯해 남으로는 중앙아프리카, 에티오피아 부근까지, 유럽에서는 지금의 발칸 반도(유고슬라비아, 그리스,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이 위치) 전부와 흑해 지역, 오스트리아의 비엔나까지 확장되어 가히 지중해를 내해(內海)로 가진 세계사적으로도 손꼽히는 엄청난 영토와 국력을 자랑하는 일대 대제국이었다.
유럽의 많은 민족과 국가들이 오스만투르크 제국에 의해 정복되었고, 이 당시 유럽인들에게는 투르크인들은 공포, 바로 그 자체의 두려운 대상이었다.
"Turkey"라는 단어에 "얼간이" 같은 다소 비아냥대는 의미가 들어있는 것도 이런 투르크인들에 대한 유럽인들의 반감이 들어간 결과이니, 투르크 제국이 얼마나 유럽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는지 가히 짐작할 만하다.
지금의 발칸 반도에 위치한 유고슬라비아, 그리스,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의 국가들은 오스만 투르크 제국에 의해 19세기 말까지 그 지배하에 있었다.
그러나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1차 세계 대전 때 독일 측에 가담, 패전하면서 영토가 지금의 터키 공화국 지역으로 대폭 축소되었고, 결국 1922년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망하면서, 1923년에 케말 파샤가, 군주제를 폐지하고 터키 공화국을 선포, 지금에 이른 것이다.
우리 민족도, 지금은 왜곡된 역사 조작 등에 의해 그 찬란했던 고대사가 거의 사장되었지만, 고조선, 고구려, 백제, 대진(발해) 제국의 영광은 그 얼마나 찬란했던가?
다행이 이제 이런 우리의 자랑스런 고대사를 제대로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고, 이와 더불어 다시 국운이 상승하여 ,형제 국가 터키와 함께 다시 한번 찬란한 단군 민족의 시대가 펼쳐지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2002, 8/5 공짜맨-
